사람은 누구나 이야기를 갖습니다. 브랜드도 저마다 색깔을 지닙니다. 매뉴팩트는 커피를 하는 사람, 공간을 만든 사람, 브랜드를 만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업을 이루기까지 걸어온 궤적을 살펴봅니다. 과거의 경험이 모여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들여다봅니다.나아가 일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들어 봅니다. 사람을 이해하면 브랜드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주세요. Vol.02Monthly Interview< 아틀리에 하모니 — 김지훈, 신진후 대표 > 1.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틀리에 하모니를 운영하고 있는 김지훈이라고 합니다. 아틀리에 하모니는 보문동에서 운영한지 4년 차에 접어들었고 그 전신인 메종 ee는 부산 수영구에서 4년간 운영을 했습니다. 카페를 시작한 지는 약 8년 정도 되었네요. 저는 커피와 카페 운영을 담당하고 있고 아내인 신진후 공동대표는 디저트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패션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고 해당 분야를 전공했습니다. 지금과 달리 주목받길 좋아하는 유년 시절을 보냈고 나를 드러내기에 유용한 패션에 관심을 키웠습니다. 남이 안 하는 걸 즐겨 하는 성향을 바탕으로 패션업계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패션업계는 시대의 흐름을 읽어낼 줄 아는 능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직업군입니다. 문화는 서로 얽혀있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를 보고 겪고 느껴서 통찰력을 키우는 것이 패션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경험하는 것이 삶에 가장 중요한 모토가 된 건 패션과 디자인에 대한 관심 덕분입니다. 2. 패션업계를 그만두고 카페를 창업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2014 년 당시는 지금처럼 카페가 많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마이크로 로스터리가 태동했던 시기여서 개인 카페가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죠.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을 취미 삼아 커피를 마시고 공간을 소비했습니다. 옷이 좋아 일을 시작했으나 패션업계가 내게 원했던 건 외향적인 기질을 발휘해야 하는 업무였고 개인적인 성향은 내향적이다 보니 내적 갈등이 많았습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잘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늘 꼬리표처럼 뒤따랐습니다. 카페는 내 성격 그대로를 녹여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죠. 당시엔 여자 친구였던 지금의 아내가 '그럼 부산에 내려가 카페를 해보지 않을래' 하고 가볍게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한 셈입니다. 부산은 둘에게 고향이고 10년을 맞이한 서울살이로 서울에 대한 싫증과 고향에 대한 갈증은 갈수록 심해져 결국 내려가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부산에서 커피 학원에 다니면서 자격증도 따고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창업한 당시엔 커피 맛보다는 공간과 분위기를 내세운 카페가 주를 이뤘고 저희도 인테리어에 힘을 실어 카페를 창업했습니다. 한 2년 정도는 SNS덕분에 공간에 대한 소비가 이뤄졌으나 그 이후로는 운영이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카페는 커피 맛이 중요하고 사람들이 올 수 있는 접근성도 중요하다는 걸 2년 여간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안락함을 기대하고 내려온 고향의 품에서 더이상 아늑함을 느끼지 못했고 부산에서 카페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3. 커피를 포기하지 않고 서울에서 다시 카페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커피 맛보다는 공간에 더 치중해 운영을 해보니 새로운 공간을 가진 카페가 생기면 고객은 차갑게 돌아선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카페의 본질은 품질이고 커피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이 미치면서 비로소 커피를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커피이면서도 사람들이 방문하기 쉬운 곳에서 커피를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어 가게를 옮겨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사람들의 접근성이 좋은 곳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부산 시내에 전포동을 돌아보면서 깨달은 건 사람이 많은 시내라 하더라도 잘 되는 가게와 그렇지 못한 가게가 있다는 걸 목격했고 접근성과 더불어 품질에도 큰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은 단단해졌습니다. 시내로 시선을 돌린 건 유동 인구가 많아서인데 그렇다면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에서 커피를 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4년 만에 다시 서울로 올라갈 결심을 했습니다. 서울을 달리 보게 된 건 가게를 하면서 얻게 된 새로운 관점 덕분입니다. 정작 살았을 때는 몰랐던 서울이 얼마나 큰 시장이었나를 멀찌감치 서 보니 비로소 보이더라고요. 서울로 올라와 몇 달 동안 카페 공간을 찾아다녔고 보문동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아틀리에 하모니를차렸습니다. 4. 아틀리에 하모니는 내부 구조가 독특합니다. 현대적인 가옥과 한옥이 섞여있는데 카페 공간으로 한옥을 선택한이유가 있나요? 아마 제 기억이 맞다면 보문동을 처음 방문한 날은 비가 많이 와 한강이 넘친 날로 기억하는데요. 부동산에서 지금의 위치를 보여주었는데 한옥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구조가 흥미를 끌었습니다.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 보니 한옥이라는 구조를 꾸며 보고 싶다는 의욕이 먼저 생겼고 시도해 보지 않은 공간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내추럴한 인테리어를 선호합니다. 가급적 있는 그대로를 살려 인테리어를 하길 좋아합니다. 한옥에 미닫이문이 있는데 해가 마당에 들어차면 문살 사이로 그림자가 방 안을 비추는 게 여간 예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름엔 시원하지만, 겨울엔 춥다는 게 한옥의 단점이라 단열을 생각한다면 미닫이 문을 통창으로 교체하는 것이 맞겠죠. 하지만 미닫이문을 그대로 둔 이유는 한옥이 가진 아름다움을 카페를 찾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기 때문입니다. 5. 그간 직원없이 둘이서만 운영을 해 온 이유가 있나요? 8년을 둘이 운영해 오다 보니 직원과 함께 일하는 건 생각만 해도 어색한데요. 둘이 일을 해야 성에 차는 성격이기도 하고 내려놓지 못하는 예민함도 있어서 쉽지 않은 결정을 8년째 미뤄오고 있습니다. 둘만 일하면 좋은 점은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다는 건데요. 사이가 좋은 편이다 보니 대화하면서 모든 걸 공유하고 있습니다. 좋은 일이든 그렇지 않은 일이든 대화하고 해결하면서 가게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직원과 함께 아틀리에 하모니를 꾸려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걸로 보아 머지않아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6. 카페를 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나요? 내 성향에 맞는 일이라는 이유로 카페를 시작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커피는 어렵고 운영은 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카페를 지속하는 이유는 카페를 하면서 경험하는 것들이 신선한 자극을 주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경험을 통해 얻는 것이 삶의 모토이기 때문에 내가 꾸려가는 공간에서 매일 겪는 경험이 내게는 끊임없는 배움을 제공하는 학교인 셈입니다. 처음 커피를 시작할 땐 매뉴팩트에서 사용하는 기기 장비로 세팅하면 똑같은 커피를 내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깨닫고는 그때부터 원두의 특성과 환경에 맞춰 조각하듯이 커피를 뜯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무작정 따라 하기로 시작했다가 나만의 커피를 찾은 셈입니다. 알아가기 시작하니 이해하게 되고 사고가 유연해지면서 커피가 더 나아지고 운영도 커피에 맞춰 원활해지더군요. 비록 긴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요. 매뉴팩트 폴 고갱을 8년째 사용 중인데 아마도 폴 고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폴 고갱은 가장 자신 있게 내어 드릴 수 있는 커피입니다. 7. 카페를 운영하면서 얻은 즐거움이 있다면? 커피는 매일 해도 쉬워지질 않는데 그러기 때문에 즐거운 작업 같습니다. 더 나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갖은 지식을 총동원해 한계에 부딪히고 넘어지는 과정을 통해 차츰 나아지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책이나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적용하는 기쁨도 크고 추출에 적용할 수 있는 변수에 하나씩 대응해 보면서 얻게 되는 결과로 즐거움을 얻기도 합니다. 경험을 통해 배워가는 게 성향과 맞아 매일이 고통이지만 매일이 즐겁습니다. 입에 쓴 게 몸에 좋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최근에는 패션브랜드와 공간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카페라는 공간을 통해 새로운 시도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일이 주는 기쁨 중의 하나입니다. 8. 아틀리에 하모니를 통해 무엇을 계획하고 있나요?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흥미로운 제안이 들어오면 때에 맞춰 진행해 나가려고 합니다. 10년 안에 뭘 해보겠다는 막연한 계획보다는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일에 집중하는 것이 계획입니다. < 아틀리에 하모니 >서울 성북구 보문로 77-1, 1층오전 9시 30분 부터 오후 6시 까지 (휴무일 매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