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이야기를 갖습니다. 브랜드도 저마다 색깔을 지닙니다. 매뉴팩트는 커피를 하는 사람, 공간을 만든 사람, 브랜드를 만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업을 이루기까지 걸어온 궤적을 살펴봅니다. 과거의 경험이 모여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들여다봅니다.나아가 일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들어 봅니다. 사람을 이해하면 브랜드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주세요. Vol.05Monthly Interview< 퍼머넌트 해비탯 — 이수빈 대표 > 1.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커피를 하기 전엔 무슨 일을 했나요? 안녕하세요. 저는 퍼머넌트 해비탯 대표 이수빈입니다. 커피를 하기 전엔 평범하게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공부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흐릿하다 보니 대학도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진학을 포기했습니다. 학업보다는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내 공간에서 내 일을 하길 원했습니다. 어떤 일을 해야겠다고 정한 건 없었지만 내 공간에서 무언가를 하는 모습에서 일종의 해방감을 느낀 것 같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집에서도 내 방이 있긴 했지만, 집이 아닌 장소에서 오롯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원했습니다. 어쩌면 집에 있기 답답한 마음을 해소할 탈출구로써 공간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이후 개성을 표출한 개인 카페가 많이 생기기 시작했고 커피를 마시러 카페를 다니며, 자연스레 내 공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짙어졌습니다. 커피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2. 커피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군대를 전역하니 23살이었고 일을 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첫 아르바이트를 카페에서 시작했습니다. 가게 옆에 소극장을 둔 혜화동에 위치한 6평짜리 공간이었는데 매출이 높지 않아 내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 시간을 무료하게 보낼 수 없어서 메뉴판 수정이나 테이블 재배치 등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했죠. 가게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저다 보니 손님들께 귀동냥한 것이나 손님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사장님께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내 가게가 아닌 이상 제안은 쉽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고, 사장이 바라보는 가게와 내가 보는 가게가 다를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같은 공간에서도 다른 방향을 보고 있구나 싶었죠. 손님이 적었던 혜화동 매장을 그만두고 러쉬가 있는 바쁜 매장을 경험해 보고자 익선동 매장으로 옮겼습니다. 60평 남짓한 큰 평수에서 많은 손님들께 커피를 드리고 처음으로 동료애라는 걸 경험해 보면서 커피와 카페 운영에 대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3년간 커피를 경험해 본 뒤 커피를 더 깊이 파볼까 아니면 내 가게를 할지 고민하다 2019년도에 창업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3. 퍼머넌트 해비탯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주세요. 2019년 겨울, 해방촌 신흥시장에 퍼머넌트 해비탯을 열었습니다. 당시 나이가 26살이었네요. 드디어 내 공간이 생긴 겁니다. 사람 발길이 잘 닿지 않는 해방촌 꼭대기에 매장을 열었으니, 손님이 적은 건 당연해 보였습니다. 커피만으론 언덕 꼭대기까지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는 이렇다 할 경쟁력이 없었죠. 디저트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죠. 당시엔 커피에 대한 자부심도 강했고 내 공간에 오븐을 들이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어서 오븐을 사용하지 않고도 만들 수 있는 디저트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나온 밤 디저트를 보고 저걸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출시한 밤 조림 디저트가 명성을 얻었고, 손님들은 해방촌 꼭대기까지 어려운 걸음을 해주셨습니다. 디저트에 사람이 움직인다는 걸 목격한 후 퍼머넌트 해비탯은 커피만으론 어렵고 디저트를 함께 가져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얼마 뒤 이태원 코로나가 직격탄을 맞았고 매장을 개점 하고 5개월 반 만에 가게를 접어야 했습니다. 유동 인구가 있는 곳에서 가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2020년에 대흥역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첫 매장에서 밤 조림 디저트가 히트해 우리가 어디를 가든 사람들은 와주실 거라는 믿음으로 대흥역 골목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한 가지 간과한 건 가게를 새로 연 여름시즌엔 밤이 나지 않는다 거였죠. 여름 시즌에 밤을 사면 10개 중 7개는 썩어 있어서 밤 조림 디저트를 만들 수가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밤 조림 디저트 때문에 찾아온 손님은 발길을 돌리는 일이 잦았고 밤 조림 디저트에 의존해선 안 되겠다, 여름 시즌에 맞는 제철 디저트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시점부터 시즌마다 디저트 연구에 돌입했죠. 밤 조림 디저트가 갖는 한계 덕분에 새로운 디저트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되었고 그 덕에 퍼머넌트 해비탯은 시즌마다 다양한 디저트를 출시하는 카페라는 이미지를 갖추게 된 것 같습니다. 새롭게 문을 연 성수점에서 그 이미지가 잘 전달되길 기대합니다. 4. 디저트를 만드는 나름의 방법이 있나요? 카페를 5년 정도 운영해 보니 고객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움직이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디저트를 해야 한다고 깨달은 순간이죠. 디저트는 손이 한 번이라도 더 가야 합니다. 디저트에서 정성이 느껴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퍼머넌트 헤비탯은 커피와 디저트를 빠르게 제공하기보다는 속도가 늦더라도 정성껏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저는 디저트를 배워 본 적이 없습니다. 배워 본적이 없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배워 온 디저트가 없는 이유입니다. 머릿속에 상상한 그림을 실체로 구현해 내는 것에서 희열을 느낍니다. 본적 없던 디저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제법 심해졌습니다. 저는 디저트를 만들 때 먼저 상상합니다. 예를 들어, 월계수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월계수 향과 어울리는 다른 향과 맛을 떠올리고 향과 맛을 표현할 수 있는 빵 또는 크림을 떠올리는 식으로 조합합니다. 머릿속에서 가닥이 잡히면 실제로 만들어 봅니다. 대부분 상상했던 맛과 괴리가 크지만 점차, 구체화하고 상상했던 것에 가깝게 다가가다 보면 기대했던 맛이 나옵니다. 그 과정은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처음 생각했던 그림에서 많이 벗어난 결과가 나오다 보니 결과물은 저도 처음 보는 비주얼을 갖춥니다. 세상에 없던 디저트가 나오는 것이죠. 5. 대표님이 생각하는 디저트는 무엇인가요? 디저트는 제게 숙제 같은 것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손님이 기존에 만들어 놓은 것만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웃음) 디저트가 너무 좋아서 이 일을 합니다 라고 말씀을 드리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디저트는 시즌마다 만들어야 하는 숙제처럼 여겨집니다. 일종의 창작의 고통같은 건데요. 다행히도 성향상 창의적인 것을 좋아하고 만드는 걸 좋아하다 보니 디저트를 만드는 과정을 즐기고는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이 어렵고 마음에 드는 디저트가 나오기까지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손님들이 보여주는 반응이 아니라면 이 일을 하는 이유도 없어 보입니다. 그 덕분에 보람을 느낍니다. 가령, 손님이 디저트를 통해 예상하지 못한 맛을 느끼고 그것을 표현해 주시면 거기서 희열을 느낍니다. 새로운 디저트를 계속 만들게 만드는 동력이 되기도 하죠. 6. 배치브루와 콜드브루 커피만 제공하고 있는데, 커피에 힘을 뺀 이유가 있나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퍼머넌트 해비탯은 디저트에 강점이 있어서 디저트에 집중하고 커피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혼자 운영을 하는 시스템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죠. 커피에 대한 욕심을 줄였다기보다는 효율을 극대화한 운영체계를 갖췄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커피는 배치브루로 내려 일정한 레시피를 유지하고 콜드브루는 원액을 사용해 음료로 제조합니다. 배치브루나 콜드브루나 커피에 미치는 변수가 적어 일정한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시즌마다 출시하는 디저트와 잘 어울리는 커피를 찾아 페어링하고 있습니다. 머신과 핸드드립이 아니더라도 커피가 맛있을 수 있다는 걸 이 공간에서 경험시켜 드리고 싶었습니다. 최적의 동선을 고려하고 1인 카페에 어울리는 운영 방식에 의한 선택이지만 커피에 대한 욕심은 여전해 나중에 좀 더 큰 공간을 갖게 된다면 커피에도 많은 시간을 쏟고 싶습니다. 7. 퍼머넌트 해비탯은 직역하면 영속적인 서식지라는 뜻으로 읽히는데, 이름에 담긴 이야기가 있나요? 이태원 코로나로 매출은 직격타를 맞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해방촌은 여기까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저는 옷이나 책과 같이 제게 남는 걸 좋아합니다. 사라지는 것보다는 영속적인 걸 좋아했고 그곳을 서식지로 삼고 싶었습니다. 영속적인 서식지라는 뜻을 가진 퍼머넌트 해비탯은 제가 추구하는 성향을 드러내 보인 공간입니다. 저는 평범한 성향을 가진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게는 무릇 손님이 일부러 찾아와야 한다고 믿습니다. 유동 인구가 적은 곳이든 많은 곳이든 가게는 손님이 발품을 팔아 찾아와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세한 자영업자일수록 손님이 반드시 와야 하는 경쟁력을 갖춰야 하죠. 퍼머넌트 헤비탯은 데일리한 메뉴를 제공하는 곳이 아닙니다. 일종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는 퍼머넌트 해비탯이 여행 온 것 같은 가게였으면 좋겠습니다. 8. 가방에 꼭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 있나요?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영감을 받는 일상의 도구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딱히 떠오르는 건 없지만 가장 많이 쓰는 건 휴대폰이 있겠네요. 상상해서 떠오른 것들을 쉽고 빠르게 찾아낼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하죠.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하고 그림을 그리는, 휴대폰이 가진 기능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9. 매뉴팩트커피를 알 게 된 계기가 있나요? 매뉴팩트 커피 중 콜드브루 디카페인을 사용중인데 어떤 메뉴로 제공하고 있나요? 퍼머넌트 해비탯은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습니다.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이 없죠. 우유가 들어간 메뉴에 대한 아쉬움이 늘 남았는데 그걸 콜드브루로 해결했습니다. 콜드브루 원액에 우유를 넣어 아이스라떼를 만듭니다. 아이스라떼를 손님에게 제공하기 위해 매뉴팩트 콜드브루를 테스트했는데 제가 상상하던 그 맛이 표현되었습니다. < 퍼머넌트 해비탯 | permanent habitat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7길 9 4층오전 11시 00분 부터 오후 19시 30분 까지 (휴무일 : 매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