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이야기를 갖습니다. 브랜드도 저마다 색깔을 지닙니다. 매뉴팩트는 커피를 하는 사람, 공간을 만든 사람, 브랜드를 만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업을 이루기까지 걸어온 궤적을 살펴봅니다. 과거의 경험이 모여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들여다봅니다.나아가 일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들어 봅니다. 사람을 이해하면 브랜드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주세요. Vol.06Monthly Interview< BETTER WEEKEND. | 베러위켄드 — 강선희 대표 > 1.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베러위켄드를 시작하기 전에 무슨 일을 했나요? 안녕하세요. 베러위켄드를 운영하는 강선희 대표입니다. 저는 PC통신을 사용하던 시절에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천리안 같은 전화선을 이용한 인터넷이 가정에 보급되던 시절이죠.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가지고 노는 걸 좋아했고 인터넷에 접속하면 나타나는 화면 속 웹페이지가 신기하면서도 궁금했습니다. 저런 걸 만들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나 찾아보기 시작했죠. 웹페이지를 만들려면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한다길래 프로그래밍 관련 책을 사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로그래밍은 공부할수록 재미가 붙어 좋았고 앞으로의 시대는 프로그래밍의 시대다 싶어, 지금 하고 있는 학교 공부는 다 필요 없다는 험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죠. 관심사에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성격을 지녀 고등학교를 자퇴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부모님을 설득했지만, 되레 설득당해 고등학교까지만 다니기로 합의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엔 서브컬쳐에 관심이 많아 음악, 패션, 스케이드보드 등 스트릿 관련 브랜드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오니 그사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집들이 늘었고 회사들은 홈페이지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었죠. 평소 좋아하던 보드 샵에서 웹디자이너 채용 공고가 올라왔고 지원해서 입사했습니다. 제 첫 직장이 생긴 거죠. 2.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과정을 들려주세요. 2005년도는 온라인 쇼핑몰이 생겨나기 시작한 시기였고 이 시기에 직장에서 2년 정도 근무하면서 홈페이지를 만들고 관리하는 기술을 터득했습니다. 압구정에서 유명한 스트릿 브랜드로 이직해 2010년도까지 웹사이트를 개발하는 일을 이어갔죠. 당시엔 웹사이트를 만드는 게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여서 여기저기서 일을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습니다. 이 때, 스트릿 브랜드들의 웹사이트 작업을 많이 진행했습니다. 일이 많아지니 이 일로 비즈니스가 가능하겠다 싶어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했습니다. 브로스컴퍼니라는 에이전시를 창업해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래픽, 영상, 비주얼라이징을 콘셉트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평소 좋아하던 음악, 패션 관련 작업을 많이 도맡았는데 양적으로 일은 많았으나 그에 따른 수입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제게는 일종의 브라더쉽 같은 형제애가 있어서 마음이 가면 적은 비용으로도 작업을 해주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일이 지나치게 많아지게 되자 기일을 놓치기도 하고 건강에 무리가 가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일을 하면 안 되겠다 싶었죠. 작업에 단가를 정해 놓고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건 비지니스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는 걸 오랜 시간에 걸쳐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그 시절, 제 작업에 단가 같은 걸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와 작업을 해볼 수 있다는 기회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러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아 많은 작업을 해왔던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죠. 3. 아웃도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그리고 베러위켄드는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2016년에 브로스 컴퍼니를 만들고 작업을 이어오면서 제게도 번아웃이란 게 왔습니다. 자영업자는 일과 여가의 경계가 없어서 내가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자유가 때론 휴식의 영역을 침범하기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만 하는 날들이 생기는 부작용도 있죠. 밀려드는 일감에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해지자 이건 아니다 싶어 남들처럼 주중에 일하고 주말에 쉬기로 했습니다. 주말 이틀만큼은 내 시간을 가져야겠다, 주말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던 차에 친한 친구들과 캠핑이란 걸 해보기로 했죠. 어려서 부모님과 산행을 자주 했고 여름이면 부모님을 따라 캠핑하러 갔던 즐거운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텐트 사업과 레저 사업을 하셔서 캠핑은 알게 모르게 제 주변 가까이 있었습니다. 친구랑 돈을 모아 텐트를 사고 집에 있는 캠핑 용품들을 하나씩 가져와 제법 그럴싸한 캠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서브컬처에 관심을 두게 된 건 스트릿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연결되는데 스트릿 브랜드가 갖는 유니크함이 무엇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캠핑 용품을 사면서 해외 브랜드를 탐색하기 시작했고 캠핑도 스트릿 브랜드처럼 유니크한 브랜드와 제품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죠. 해외 구매대행업체를 통해 제품을 하나씩 사 모으다 보니 양이 제법 많아졌습니다. 제품이 쌓여가면서 관리가 어려워지자, 구매 루트와 관련 정보를 아카이브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누가 봐주길 바라서 만들었다기보단 제가 관리하는 데 필요한 체계적인 아카이브가 필요했습니다. 저는 웹사이트를 만드는 사람이니 커스터마이징한 사이트를 만들어 콘텐츠를 쌓았죠. 그렇게 베러위켄드를 만들었습니다. 처음부터 베러위켄드를 사업모델로 생각하고 사이트를 개설한 건 아닙니다. 저는 웹디자이너로서 제 일이 있었고 베러위켄드는 단순히 취미생활의 연장선이었을 뿐이죠. 베러위켄드로 비즈니스를 하게 될 줄은 당시엔 꿈에도 몰랐던 일입니다. 4. 베러위켄드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캠핑은 짐이 많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습니다. 짐을 줄일 수 있는 아웃도어를 생각해 보니 백패킹이 적격이었죠. 캠핑은 장소에 갇히지만 백패킹은 내가 가는 길 어디서든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자유가 허용되었죠. 외국 사이트를 찾아보니 백패킹은 배낭부터 신발까지 브랜드마다 각양각색의 스타일이 있고 개성을 충분히 표출해 내는 스트릿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백패킹은 등산하면 떠오르는 기성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개성을 표출하며 아웃도어를 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이미 해외에서는 백패킹을 넘어 초경량백패킹의 시대로 접어들었고 해외 여러 브랜드는 울트라하이킹 컨셉으로 유행을 선도하고 있었죠. 국내엔 아직 유행이 시작되지 않아 초경량백패킹을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국내에 없는 장비는 해외 구매를 통해 제품을 구해 콘텐츠를 업데이트 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보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다 보니 이 문화가 점점 멋져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울트라하이킹은 백패커가 더 멀리 가기 위한 수단으로써 자연에 충격을 덜 주는 자연과 밀접한 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주얼적으로도 멋있지만, 본질은 더 멋지죠. 캠핑하기 위해 산으로 가는 것이 기존의 형태라면 울트라하이킹은 좀 더 멀리 이동하고 자연과 밀접한 활동입니다. 베러위켄드는 하이킹 문화를 보급 전파하는 일을 합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트레일 러닝, 클라이밍 등 자연과 밀접한 아웃도어문화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5. 브랜드 이름, 베러위켄드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번아웃이 온 뒤로 일을 줄여 주말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지만 주말마다 쉬는 패턴이 똑같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 보고 차 마시고 술 마시는 평범한 사이클이 반복되었을 뿐 제대로 쉬었다는 느낌은 크지 않았죠. 지금 보내는 주말보다 좀 더 나은 주말은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친구들과 캠핑하면서 평범하지 않은 주말을 보내게 되었고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니 몸과 마음이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캠핑은 하이킹이 되고 하이킹은 또 다른 아웃도어 활동으로 이어졌죠. 평범한 사이클에서 벗어나 더 나은 주말(better weekend)이 생긴 셈이죠. 6. OTT(On The Trail)는 베러위켄드가 10년째 주관하는 메인 행사인데요, OTT는 어떤 행사이고, 어떻게 시작했나요? 2015년에 처음 시작했습니다. 초경량 하이킹이라는 문화를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었죠. 외국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울트라하이킹을 국내에서도 시도해 보고 싶었습니다. 가벼운 짐으로 더 멀리 가보기 위해 지도를 펴고 없던 코스를 만들었습니다. 2014년에 케일과 마운틴로버라는 두 국내 브랜드와 처음 울트라하이킹을 했습니다. 60명을 모집해서 남양주 축령산에서 1박 2일 동안 약 10km를 걷고 야영했죠. 지금은 10km가 긴 거리는 아니지만 당시엔 2~3km만 가도 장거리라고 여기던 시절이었죠. 긴 거리를 걸었다는 성취감에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베러위켄드는 온라인 기반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사람들과 소통한 첫 이벤트였고 모두가 모인 현장에서 사람들이 서로 장비에 대한 정보 교류를 하는 걸 보며 뿌듯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해가 지고 약 60개의 텐트가 어둠 속에서 불을 밝힌 모습은 제가 베러위켄드를 해보기로 마음먹었을 때 상상했던 일이 눈 앞에 실현되어 눈물을 훔친 기억이 생생합니다. 7. 대표님께 아웃도어란 무엇인가요? 그리고 아웃도어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입문용 아웃도어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웃도어는 자연으로 전환되는 모든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아웃도어는 캠핑, 장거리 트레킹, 산달리기 등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가서 하는 활동들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자연에서 시작하기 좋은 아웃도어 활동은 등산을 추천합니다. 캠핑과 백패킹은 장비에 대한 부담이 있습니다. 등산은 가벼운 가방과 적당히 튼튼한 신발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아웃도어 활동입니다. 세계에 어디를 가도 우리나라처럼 산이 많은 나라가 없습니다. 북한산이나 안산처럼 신발 정도만 준비하면 누구나 가볍게 할 수 있는 활동이 등산이죠. 8. 아웃도어에도 유행이 있나요? 있다면 지금 유행하고 있는 아웃도어와 앞으로 유행할 것 같은 아웃도어 활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웃도어에도 유행이 있습니다. 등산이 대표적인데, 세대별로 유행의 시기가 다른 것 같습니다. 등산은 아웃도어 문화로 자리 잡았죠. 우리세대는 2010년 초반에 등산이 인기가 많았고 MZ세대에겐 2020년 초반에 코로나 기간동안 인기가 좋았죠. 지금은 이 세대가 러닝이라는 유행을 이끌고 있고 앞으로는 트레일 러닝으로 가거나 하이브리드 러닝인 그래블이라는 장르로 이동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블은 로드와 트레일 러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러닝입니다. 아스팔트 지면과 흙길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거리를 늘려가는 러닝이죠. 우리나라는 산이 많은 나라이고 산과 산이 가까워 그래블 러닝을 하기에 적합한 지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블은 앞으로 유행할 새로운 장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9. 아웃도어와 커피는 친밀한 관계로 보입니다. 아웃도어에서 커피가 주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커피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는데요. 백패킹을 함께 하는 송영훈 형님 덕분에 스페셜티 커피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2012년도에 김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더치커피를 한 병 사서 백패킹을 하며 마셔봤는데 그때 마신 커피가 에티오피아 모모라였죠. 커피는 탄맛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산미와 단맛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향미에 정신을 못 차린 기억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커피 취향이 다르듯 커피도 각양각색인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커피 문화도 서브컬쳐처럼 스페셜티 커피 장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카페도 주인의 개성을 녹여 공간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서브컬쳐를 좋아하는 제게 커피문화는 취향 저격했죠. 저는 멋있는 걸 추구합니다. 각자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한 서브컬쳐가 멋있어 보이기 때문에 좋아하죠. 커피는 백패킹을 한 다음 날 아침에 의식적으로 마시는 음료입니다. 정신적인 리프레쉬에 꼭 필요한 음료입니다. 장거리든 짧은 거리든 고단함을 이겨내기 위해 커피를 마십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컵을 준비하고 커피를 내리는 행위에서 힐링합니다. 커피를 마시는 순간은 모든 걸 다 얻은 순간입니다. 장거리를 떠날 때는 드립백을 챙기고 짧은 거리를 다녀올 때는 여유가 되는 선에서 추출 도구를 챙겨갑니다. 그라인더를 가져가거나 미리 분쇄한 커피를 가져가 직접 내려 마시기도 합니다. < 베러위켄드 | BETTER WEEKEND.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190 3층목,금 13시 00분 부터 19시 00분 까지토,일 13시 00분 부터 18시 00분 까지 (월,화,수 정기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