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이야기를 갖습니다. 브랜드도 저마다 색깔을 지닙니다. 매뉴팩트는 커피를 하는 사람, 공간을 만든 사람, 브랜드를 만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업을 이루기까지 걸어온 궤적을 살펴봅니다. 과거의 경험이 모여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들여다봅니다.나아가 일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들어 봅니다. 사람을 이해하면 브랜드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주세요. Vol.08Monthly Interview< DAY ONE COFFEE BAR | 데이원커피바 — 강은지 대표 > 1.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커피를 하기 전엔 무슨 일을 했나요? 안녕하세요. 데이원커피바를 7년째 운영 중인 강은지 대표입니다. 2016년도에 처음 커피를 시작했네요. 카페를 차리기 직전 5년은 의료기기 회사를 다녔고 의료기기 회사를 다니기 전 5년은 여행사를 다녔어요. 10년간 회사 생활을 하고 퇴사 후 36살에 카페를 시작했습니다. 의료기기 회사에서 한 일은 조금 무서운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인체 조직을 수입하는 업무를 맡았고 여행사에서는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 여행객에게 한국을 소개하고 투어 일정을 잡아주는 일을 했습니다. 2. 커피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의료기기 회사에 다니던 시절, 2013년 성수동은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죠. 동네는 거칠고 삭막해 쉴 만한 공간이 없었습니다. 회사가 성수동에 있었는데, 상왕십리에 리사르커피가 있어서 점심시간에 지하철을 타고 커피를 마시러 갈 정도로 커피는 제게 중요한 일과였죠. 리사르에서 실장님과 대화하고 커피를 마시고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적잖이 위로를 받았습니다. 카페는 내게 무척 중요한 공간으로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좋은 커피와 좋은 공간이 있는 카페를 찾아다니기 시작했죠. 이 무렵부터 카페투어를 시작하게 되었네요. 만약 그 시기에 제가 인스타그램을 시작해서 카페를 소개하는 피드를 꾸준히 올렸다면 대단한 인플루언서가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카페를 방문했죠. (웃음) 커피는 회사 생활에 원동력이 되었고 에너지를 얻는 공간이어서 카페를 사랑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느 회사원과 마찬가지로 퇴사는 늘 가슴에 품고 사는 고민이고 퇴사하면 무엇을 할까 하는 고민보다는 퇴사를 하면 커피를 해야지 하는 마음이 가득했죠. 그렇게 퇴사의 시기를 맞이했고 커피를 시작하려는데 나이 36살에 커피 경력이 전무한 사람을 뽑아주는 가게는 전무했죠. 커피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 학원을 다니고 리사르 실장님께 도움을 받아 커피는 어떻게 내리는가, 정도의 경험만 가지고 객지로 나왔습니다. 나를 써 줄 곳이 없다면 스스로 내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남영동 대로변에 7평짜리 가게를 임차했죠. 가게를 한다면 직장인이 있는 곳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제가 직장인이었을 때 느꼈던 위로를 다른 직장인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3. 데이원커피바의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매장을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시기가 있다면요? 대로변에 문을 연 첫 커피가게는 건물주와의 마찰로 2년 만에 매장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남영동 골목 안쪽, 지금의 자리로 옮기면서 데이원커피바를 만들었죠. 가게 이름을 뭐로 지을까?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고민하던 어느 날 운명처럼 흘러나온 노랫말에 무릎을 쳤습니다. HONNE의 Day One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죠. 여행지에 도착한 첫날(Day One)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리면 마음이 부푸는 것처럼 하루의 시작을 데이원 커피 바에서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죠. 매장이 커지고 상권이 달라지자, 상황도 변했습니다. 골목에 위치하자 시간이 느리게 가더군요. 커피를 내어드리는 것도, 고객이 시간을 소비하는 것도 느리게 흘러갔습니다. 늘어난 공간과 좌석에 손님을 채우고 싶은 마음도 커져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 시간이 골목 상권에서 힘든 시간이었죠. 그렇게 2년 정도 매장은 느리게 돌아갔습니다. 그 기간을 잘 사용했다고 생각되는 건 그사이 다른 카페도 많이 가보고 사람들은 뭘 좋아하는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죠. 단출했던 메뉴가 점점 늘어났고 가게에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도 진행했습니다. 대표적으로 2021년에 이동식 독립 서점인 북다마스를 운영하시는 분께 요청해 가게 앞에서 작은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다마스를 끌고 전국을 돌며 책을 판매하는 북다마스가 저희 매장 앞에 온 거죠. 책과 커피가 있는 이벤트가 꽤 반응이 좋았습니다. 또 퇴근 후 저녁에 책 읽는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어 북 이브닝이라는 프로그램도 만들었죠. 북 이브닝을 하는 날은 책 읽는 손님만 받겠다고 어깃장을 놓으며 일반 고객은 받지 않았으나 정작 책 읽는 사람은 안 와서 실패한 기억이 씁쓸합니다.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경험이 축적되면서 잘 되는 일은 잘 되는대로 안 되는 일은 안되는 대로 덤덤하게 갈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 힘든 시기를 잘 넘어간 셈이죠. 힘든 시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생각해 보면 힘든 걸 힘들다고 여기지 않아서 잘 넘어간 게 아닐까 싶어요. 카페에 출근해서 커피를 내리고 고객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일은 내 삶의 일부이니 그냥 하는 일이라 생각했죠. 밥을 먹고 숨을 쉬듯 그냥 커피를 하면서 삶을 살아내니 시간은 가고 힘들었던 날도 지나가더라고요. 4. 대표님이 커피를 하는 이유를 들려 주세요. 카페를 찾아다니는 이유는 분명하나 커피를 하는 이유는 딱히 없습니다. 휴식과 위로를 얻기 위해 카페를 찾아다녔으나 내 가게를 하면서는 휴식은커녕 고민과 걱정이 불어나는 삶을 살고는 있지만 커피 일을 통해 삶을 살아내게 하는 힘을 계속 받는 것 같네요. 이제는 커피 하는 이유를 찾기보다는 내 삶에 녹아져 있는 커피 하는 삶을 충실히 살아내고 있습니다. 5. 데이원 커피 바가 커피 브랜드로써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요? 미국 드라마 중에 ‘FRIENDS’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입니다. 데이원 커피 바의 추구미는 센트럴파크에 있는 작은 카페입니다. FRIENDS에서 나오는 카페를 지향합니다. 휴식이 있고 수다가 있고 커피가 맛있고 편안하게 인사하고 대화하고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건터(FRIENDS 카페주인)가 되길 바랍니다. 6. 매장을 둘러보니 해외에서 찍은 사진과 엽서가 많습니다. 대표님께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요? 공교롭게도 몸 담았던 두 회사 모두 해외에 나갈 기회가 많아 출장을 겸해 해외여행도 틈틈이 했죠. 여행은 머리속에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나름의 창구였고 비행기를 타고 육지를 벗어나면 내게 쌓여 있는 고민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죠. 해외에 가면 일로부터 만들어지는 고민은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니까요. 해외에서 당장 내가 해결할 고민의 종류란 무엇을 먹을지와 어디를 갈지 정도의 고민만 남게 되니 여행은 어떤 약보다 효과가 좋았습니다. 내 가게를 하면 여행도 많이 가고 그럴 줄 알았는데 커피를 너무 쉽게 본 거죠. 커피가 쉬울 거로 생각했는데 전 속았고 9년째 속는 중입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여행을 정작 가게를 시작하고 나서는 못 가게 되었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털어내고 싶은 고민의 크기가 회사 생활을 했을 때보다 줄어들게 되어서 인지도 모르겠네요. 내 가게에서 위로를 얻어서인지 회사에 다닐 때는 어떻게든 회사에서 벗어날 궁리만 했다면 이제는 내 가게에서 벗어나면 불안해지는 심리가 생겨 어떻게든 가게에 붙어 있으려는 분리불안 증세를 보입니다. 7. 가방에 꼭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 있나요?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영감을 받는 일상의 도구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가방에 있는 거라곤 핸드크림과 립글로스 정도. 삶을 바꿀 정도로 좋아하는 물건은 딱히 기억나지 않는데요. 물건보다는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저를 바꿔오고 있었구나 싶습니다. 가게는 제가 좋아하는 모든 게 다 있습니다. 가지고 다닐 순 없지만 이곳에 오면 사람도 물건도 다 있는, 모든 게 실현될 수 있는 공간이죠.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저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이 가게에 집착하는 걸까요? (웃음) 8. 매뉴팩트 커피를 쓰게 된 계기와 저희 커피가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카페 투어를 하던 시절 연희동 매뉴팩트를 가게 되었는데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서 나왔습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게 아이스 플랫화이트를 테이크아웃해서 계단 앞에서 맛을 봤는데 그 맛이 충격적이어서 선 채로 단숨에 마셔버리고는 다시 매장에 올라가 아이스 라떼 한 잔을 더 주문해서 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가게를 하게 되면 이곳 커피를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그게 실현되었죠. 매뉴팩트 폴 고갱을 8년째 사용 중인데 손님분들께서 데이원 커피 바는 카페라떼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9. 5년 뒤 데이원 커피 바는 어떤 모습일까요? 커피를 한지 어언 9년 차. 다음 달도 다다음 달도 어떻게 될지 모르죠. 앞으로도 계속 이 자리에서 커피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희망 사항이 있다면 5년 뒤에도 커피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사람들이 데이원 커피 바를 계속 찾아주셨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커피 하는 감각을 유지했으면 좋겠네요.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이 일치하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는 공간과 퀄리티가 높은 커피를 소비하는 공간, 이다음 가게는 어떤 식으로 풀어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제가 기다리고 있으면 좋겠네요. < DAY ONE COFFEE BAR | 데이원커피바 >주소 |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76길 11-18 1층영업시간 ㅣ 오전 8시 30분부터 18시 00까지 (휴무 매주 토,일요일) < Instagram >@dayone.coffeeb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