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이야기를 갖습니다. 브랜드도 저마다 색깔을 지닙니다. 매뉴팩트는 커피를 하는 사람, 공간을 만든 사람, 브랜드를 만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업을 이루기까지 걸어온 궤적을 살펴봅니다. 과거의 경험이 모여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들여다봅니다.나아가 일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들어 봅니다. 사람을 이해하면 브랜드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주세요. 매뉴팩트 9번째 인터뷰, 카페 툇마루 이윤석 대표입니다. Vol.09Monthly Interview< CAFE TOENMARU | 카페 툇마루 — 이윤석 대표 > "음악을 그만 뒀지만, 음악은 내가 무엇에 끌리는지 알려준 셈이죠.""잘 만들면 많이 팔릴 것이라 믿어요.""사람냄새 나는 동네를 좋아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사람이 모일 공간이 있어야 했죠." _내 삶을 송두리째 던질 만큼 나는 음악을 좋아하는가 Q. 커피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고등학교 때 음악동아리에 들어갔어요. 교칙과 규율이 엄격한 억압된 삶을 음악으로 해소하니 숨이 쉬어지던데요? 그리고 무대에서 사람들이 호응하는 걸 지켜보는 건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이게 내 길인가 싶어 부모님께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그때까지만 해도 입시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기쁨만으로 입시를 준비했어요. 그러나 입시는 보기 좋게 낙방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에 내 삶을 송두리째 던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찾기 어려웠어요. 그만큼 음악에 대한 의지는 강하지 않았던 거죠. 일단 대학은 가자 싶어, 추가모집으로 호텔경영학과에 들어갔어요. 막상 학교에 들어가고 나니 원하지 않는 학교와 전공 앞에서 전원이 뽑혀 있는 상태로 1년을 보냈죠. 정신을 차리고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투썸플레이스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음악만큼 커피 하는 일도 재밌다는 걸 알 게 되었죠. 제 일은 주문을 받고 허드렛일을 하는 일이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즐거움이 있는 일이었죠. 제가 음악을 좋아했던 이유는 내 노래에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이 큰 이유였는데, 바에서 일하면서 손님들이 커피와 디저트를 먹으며 짓는 표정이나 행동을 지켜보는 일이 제겐 매우 중요했습니다. 고객의 제스쳐를 보면, 사람들이 무엇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죠. 그만큼 제게는 피드백이 중요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음악은 그만뒀지만, 음악은 내가 무엇을 끌리는지 알려준 셈이죠. _고객의 사랑만이 오래된 가게로 남을 수 있는 비결 Q. 내 가게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군대에서 앞으로 무엇을 할까에 대한 고민을 했어요. 막연하게나마 장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졸업 한 학기를 남기고 오스트리아에 있는 학교로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어 한 학기 동안 유럽 생활을 경험했어요. 오래된 카페와 레스토랑 그리고 상점들이 즐비한 골목 구석구석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상점과 단골이 함께 늙어가는 노포가 군집을 이뤄 모여있는 동네를 보며 어떻게 가게가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을까, 궁금했어요. 가게에 온 손님들을 보며 그 답을 찾을 수 있었죠. 손님들이 끊임없이 공간을 찾고 사랑해 주는 것만이 오래된 가게로 남을 수 있는 비결이더군요. 내가 가게를 한다면 프랜차이즈보다는 오래 롱런할 수 있는 가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싹트게 된 계기가 되었죠. 이런 모습을 간직한 한국의 노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Q. 가게를 시작하고 처음부터 운영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셨나요? 학교를 졸업하고 씨마크호텔 인턴으로 입사했습니다. 정규직 전환 기회가 찾아왔으나 퇴사를 선택했죠. 가게를 하려면 돈을 모아야 했고 노동력과 시간을 투입해서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형태의 일을 시작했습니다. 강릉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 입사해 10시 반 출근, 10시 반 퇴근하는 삶을 1년 동안 유지했죠. 2,000만 원이라는 돈이 모이자, 카페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생각해 보면 메뉴를 개발하거나 페인트 칠 같은 인테리어는 어찌저찌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전기설비나 기기 장비 구입은 돈으로 해결 해야 하는 일이었죠. 모아둔 돈에 대출을 더해 2017년 8월에 20평 남짓한 공간에서 첫 툇마루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나이가 25살이었네요. 툇마루를 오픈하고 하루 매출이 7만 원이었던 때가 생각나네요. 가게를 시작할 때 1년 안에 성과를 얻지 못하면 직장 생활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특색있는 음료를 해보자고 코코넛 라떼를 개발했는데 메뉴가 강원도라는 지역과 어울리지 않았어요. 코코넛 라떼로는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지 않았으니까요. 손님이 없고 매출이 낮다고 낙담하지 말고,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여러 가지 재료를 가지고 메뉴 개발에 매진했어요. 그러다 흑임자 라떼를 개발하게 된 거죠. _매뉴개발의 시작은 나랑 친한 재료를 먼저 써보는 것에서부터 Q. 흑임자 라떼가 툇마루라는 카페를 유명하게 만든 시그니처 음료인데요, 흑임자 라떼를 개발하게 된 배경을 들려주세요. 어렸을 적 친할머니께서는 곡물 장사를 하셨어요. 집에서 밥 먹을 적마다 올라오는 상차림은 잡곡밥과 곡물 위주로 반찬이 올라왔죠. 어려서부터 곡물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메뉴 개발을 할 때 나랑 친한 재료를 먼저 써보는 것에서 시작했죠. 한국적인 재료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입니다. 검정깨를 크림과 섞어 커피와 마셔보니 상당히 한국적인 커피 맛이 나왔죠. 그렇게 흑임자 라떼가 세상에 나왔고 개장 후 6개월 만에 오픈런이 생겼습니다. 개점 전에 한 명이 2명, 5명 그리고 10명으로 점차 늘었죠. 첫 툇마루가 있던 동네는 초당순두부가 모여있는 유명한 동네여서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합니다. 강릉에 놀러 와 이른 아침을 먹은 손님들은 툇마루 개점 전에 줄을 서서 기다리기 시작한 거죠. 툇마루가 유명세를 탄 특별한 계기가 있는데 kbs 배틀트립에 소개가 된 이후였어요. 토요일에 방송이 나갔고 다음 날 아침에 평소보다 3배 많은 줄이 문 앞에 서 있더군요. 가게를 시작하고 막막하고 불안했던 순간이 떠올라 울컥했던 장면입니다. Q. 툇마루 메뉴는 단촐합니다. 메뉴 가짓수를 적게 유지하는 이유가 있나요? 메뉴 가짓수를 늘려 다양한 니즈를 충족 시켜드리는 것보다 한두 가지 메뉴를 더 맛있게 만들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게 제 성정에 맞습니다. 트렌드나 유행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그보다 툇마루에 잘 어울리는 색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반을 다지는 것에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품질에 집중합니다. 잘 만들면 많이 팔릴 것이라고 믿고 그것을 실천 중입니다. _툇마루는 사람 냄새 나는 카페 Q. 툇마루는 무슨 뜻인가요? 어떤 의미를 지녔나요? 과거 사람들은 동네 어귀에 있는 대청마루에 모여 먹을 것을 나누고 담소를 나누고 삶을 공유했어요. 아파트 세대로 넘어가면서 공유공간이 없어졌고 카페가 그 자리를 대체했죠. 사람 냄새 나는 동네를 좋아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사람이 모일 공간이 있어야 했죠. 내가 사는 강원도와 내가 일하는 툇마루가 초당에서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Q. 몇 달 전 여의도 더현대백화점에서 팝업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어땠나요? 툇마루는 강릉에서 태어난 카페예요. 툇마루가 서울에서 고객을 만난 건 처음이죠. 서울에서 반응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했어요. 강릉을 벗어나 더현대백화점이라는 서울의 상징에서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싶었어요. 저희 팝업을 진심으로 좋아해 주시고 팝업기간 내내 방문해 주신 손님들의 응원과 서울에 지점을 내달라는 요청을 들으며 툇마루가 고객에게 받는 사랑을 피부로 느꼈죠. 생각 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Q. 매뉴팩트 커피를 쓰게 된 계기를 알려 주세요. 여러 업체의 원두 샘플을 받아보고 자체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툇마루 커피와 가장 조화로운 맛과 쉴 새 없이 추출하는 조건에 충족하는 커피, 안정성을 가진 커피를 찾는데 우선 했어요. 이 과정에서 단순히 맛의 조화로움 뿐만 아니라 툇마루만의 추출방식을 이해하고 향후 더 안정적이고 밸런스가 좋아지도록 함께 고민해주셨기 때문에 매뉴팩트를 선택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제 선택은 틀리지 않았어요. 제 생각엔 매뉴팩트라는 브랜드가 12년간 명맥을 유지해온 비결이 바로 이러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CAFE TOENMARU | 카페 툇마루 >강원 강릉시 난설헌로 232 카페 툇마루오전 11시 부터 19시 까지 (휴무 매주 화요일과 일요일) < Instagram >@cafe_toenma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