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이야기를 갖습니다. 브랜드도 저마다 색깔을 지닙니다. 매뉴팩트는 커피를 하는 사람, 공간을 만든 사람, 브랜드를 만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업을 이루기까지 걸어온 궤적을 살펴봅니다. 과거의 경험이 모여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들여다봅니다.나아가 일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들어 봅니다. 사람을 이해하면 브랜드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주세요. 매뉴팩트 10번째 인터뷰, 블루레시피 김지희 대표입니다. Vol.10Monthly Interview< BLUERECIPE | 블루레시피 — 김지희 대표 > “요리를 나누는 일이 가장 즐거웠어요.” “음식을 만들어 드리고 식재료에 대한 정보를 함께 드리면 좋겠다 싶어서 공간을 만들었어요.” “커피가 요리와 페어링이 가능할 수 있는 이유는 커피는 질감과 향미를 가진 음료이기 때문이에요.” Q. 자기소개와 매장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연희동에서 그로서리 스토어, 원테이블 식당과 쿠킹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는 김지희라고 합니다. 단품 요리로 활용하기 좋은, 직접 만든 식자재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_승무원에서 요리사로 Q. 요리를 하기 전엔 무슨 일을 하셨나요?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에서 승무원으로 근무했어요. 누군가에겐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선망의 직업이겠지만 제게는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졌어요. 승무원 일은 불특정 다수를 만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인데 그게 제 맘처럼 쉽지가 않았어요. 승무원 일은 어려웠지만 승무원 일을 통해 얻게 된 경험들이 지금의 블루레시피를 만든 건 분명해요. 저는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는 걸 좋아하는데 승무원 일을 통해 국내외 각지의 음식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았어요. 비행을 나가서 다른 건 안 해도 음식을 접할 수 있는 경험은 꼭 했거든요. 예를 들어, 마켓구경 같은 거요.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없는 식재료를 구경하고 먹어보고 사서 요리를 나누는 일이 일 하면서 가장 즐거웠어요. 지금처럼 매장을 운영하는 일도 사람을 만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인 건 맞잖아요, 그렇지만 매장은 요리를 중심으로 관계가 형성되다 보니 승무원 때만큼 어렵지 않았어요. 오히려 요리로 사람을 만나는 건 일이 아니라 친구나 지인을 만나는 일처럼 쉽게 느껴졌죠. Q. 요리를 시작한 계기를 들려주세요. 지금이야 식당도 많고 외식을 많이 하지만 제가 어렸을 적엔 집에서 엄마가 해준 밥으로 대부분의 식사를 해결했어요. 어머니는 손맛이 좋고 손이 빨라 집에서 요리를 뚝딱 해내셨어요. 어깨 너머로 어머니가 요리하는 모습을 자주 본 게 도움이 되었는지 여동생과 남동생에게 도시락을 싸주거나 요리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처음부터 없었어요. 6년 만에 아시아나에서 퇴사하고 육아를 하게 되면서 일을 쉬게 되었죠. 저는 손으로 하는 일이라면 자신이 있어서 손으로 만드는 건 뭐든지 했어요. 이것저것 하다가 정착한 게 요리에요. 요리를 처음 하게 된 건 남편 덕분인데, 남편이 집에 손님을 많이 모시고 왔어요. 손님을 치르다 보니 실력이 점차 늘던데요? 손님이 오면 무슨 요리를 할까부터 시작해 요리책을 뒤적거리기 시작하죠. 요리책에서 본대로 처음 해보는 요리들도 식탁에 올려요. 그렇게 요리에 취미와 실력을 붙여가자, 케이터링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아는 분이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는데 100명분 음식을 만들어줄 수 있냐, 제안하셨죠. 겁 없이 해보겠다고 한 게 요리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 계기에요. Q. 내 요리가 사람들에게 반응이 있는지 어떻게 확인했나요? 요리는 하면 할수록 쉬워지기는커녕 어려워지던데요? 요리할수록 요리에 대한 객관적인 실력이 검증되지 않아 요리 수업을 듣기 시작했어요. 주변에 잘하는 선생님들 클래스를 수강하기 시작했죠. 요리에 욕심이 더해져 더 전문적으로 수업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할 즈음에 제빵 일을 도와달라는 제안을 수락해 1년가량 제빵을 배웠죠. 매장과 제빵 주방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배우게 되었고 나도 밖에 나가서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내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계기예요. 근데 빵을 해보니 빵은 나와 맞지 않는 걸 확인했어요. 요리는 즉흥적이고 아티스트 적이지만 반면에 빵은 과학적이고 정교함이 필요했죠. 요리에도 정교함이 필요하지만, 빵에서 필요로하는 과학적인 정교함이 저와는 맞지 않았어요. 요리처럼 제철에 따라, 기분에 맞는 레시피를 때에 맞춰 잡아 가는 걸 좋아하죠. 케이터링 주문도 빈번히 들어오고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기 시작하면서 제 요리가 사람들에게 반응이 있다는 걸 점차 확인하게 되었어요. 다양한 현장에서 1년 가까이 경험을 쌓았고 플리마켓에 와인과 곁들일 수 있는 메뉴를 가지고 나갔는데 잘 팔렸어요. 좋은 재료로 만든 내가 만든 음식이 팔릴 수 있겠다는 것을 경험한거죠. _맛있는 음식을 가정에서 쉽게 드실 수 있도록 Q. 블루레시피는 요리작업실 같은 공간인데요, 블루레시피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기본적인 식재료에 대한 이해만 있어도 음식은 훨씬 가깝게 다가와요. 음식을 만들어 드리고 식재료에 대한 정보를 함께 드리면 좋겠다 싶어서 공간을 만들었어요. 요리가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보니 작업장 같은 분위기가 되었고 이곳에서 원 테이블 레스토랑을 기획해 봤어요. 블루레시피에서는 금귤 바닐라 콩포트, 그래놀라와 같은 시즌별 제품을 판매하고 레스토랑에서는 제품 또는 식재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죠. 맛있는 음식을 가정에서 쉽게 드실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춰 드리고자 그로서리 숍과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_음식에서 와인의 역할이란 Q. 음식과 어울리는 술로 와인을 꼽을 수 있는데요, 와인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기본적으로 프렌치는 와인과의 마리아주를 기반으로 해요. 프렌치 코스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양한 식재료를 준비한 후에 버터를 기반으로 오랫동안 프로세싱해서 소스 형태로 유지하는 게 핵심이에요. 프렌치에서 소스를 모두 먹어봐야 하는 게 중요한 이유죠. 버터 베이스의 기름진 소스 안에는 식재료의 다양한 농축된 향미를 머금게 되는데, 이때 와인의 역할이 중요해요. 와인은 음식의 섬세한 향미를 열어주는 열쇠의 역할을 해요. _음식과 커피의 마리아주 Q. 와인을 제외하고, 음식과 어울리는 음료는 무엇이 있을까요? 음식에서 페어링 혹은 마리아주는 음식과 곁들일만한 음료의 선택을 말해요. 쉽게 말해, 음식과 궁합이 맞는 음료의 선택에요. 음식은 다양한 향미를 가지는데, 음식과 어울리는 음료도 다양한 향미를 가져야 페어링이 이뤄지죠. 프랑스 요리가 늘 와인과 페어링 되어 나오는 이유는 와인만큼 다양한 향미를 가진 음료는 없었기 때문이에요. 현대에 들어와서야 음식과 알코올의 페어링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데, 음식과 논알콜의 페어링이 등장해요. 논알콜이라 함은 차나 커피, 주스, 탄산수 정도가 있겠는데 탄산수는 향미가 없고 차와 쥬스는 커피보다 향미가 적어요. 스페셜티 커피가 전 세계 커피애호가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건 커피의 다양한 향미의 발견 덕분이죠. 화사한 산미부터 다채로운 꽃과 과일맛을 가진 커피가 등장한 거죠. 음식과 논알콜의 페어링이 미식 문화에 유행한다면, 음식과 커피를 페어링한 레스토랑이 앞으로의 시장에 더 많이 등장할 거로 생각해요. 커피는 차보다 향미가 많고 수요가 높기 때문이죠. Q. 음식과 마리아주 할 수 있는 커피를 선택하는 방법을 알려주신다면요? 와인은 음식의 향미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해요. 음식을 먹고 와인을 한 모금 먹으면 음식이 가진 향미가 더 선명해지는 걸 느낄 수 있는데 이게 페어링이 중요한 이유예요. 페어링할 때 고려해야 하는 두 가지 사항이 있는데, 바로 질감과 향미입니다. 묵직한 질감을 가진 음식에는 그에 상응하는 묵직한 질감을 가진 음료를 선택해야 하죠. 버터가 많이 가미된 프렌치 음식에 묵직한 레드 와인이 곁들여지면 입안에 향미가 폭발해요. 상반된 질감을 가진 페어링은 시너지를 잃고 서로의 장점을 상쇄합니다. 향미는 질감이 전제된다면 선호도에 따라 포도 향이든 가죽 향이든 향미를 선택하여 페어링하면 됩니다. 커피가 요리와 페어링이 가능할 수 있는 이유는 커피는 질감과 향미를 가진 음료이기 때문인데요, 다양한 음식과 마리아주가 가능합니다. 샐러드처럼 질감이 가벼운 음식은 워시드 프로세싱을 거친 콜롬비아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부드럽게 내려 페어링 할 수 있고 기름진 메인 디쉬는 무산소 계열 또는 브라질 커피를 에스프레소나 프렌치프레스로 묵직하게 내려 마시면 되죠. 디저트 페어링도 음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향미가 많은 에티오피아 혹은 게이샤 에스프레소에 설탕 한 스푼을 넣어 마시면 디저트와 잘 어울립니다. 와인은 커피보다 향미가 4배나 높다고 알려져 있죠. 그런데도 커피가 음식과 페어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질감의 영역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에요. 묵직한 에스프레소부터 티처럼 맑은 커피까지 추출에 따라 다양한 질감을 표현할 수 있죠. _즐기면 버틸 수 있다 Q. 요리를 좋아하는 것과 요리로 돈을 버는 것은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 두 영역을 동시에 소화하기 버겁진 않으세요? 업을 유지하는 나름의 비결이 있다면요? 좋아하는 요리를 하는 것과 매장을 운영하는 건 전혀 다른 영역이더라고요. 요리를 좋아하면서, 돈을 벌려면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어려움이 많아요. 주방의 동선이 불편하고 손님을 맞이할 테이블과 자리가 부족하죠. 좋은 음식은 좋은 재료와 꼼꼼한 준비에서 시작해요. 요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려 좋은 식재료로 만든 맛있는 음식을 쉽게 경험하실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또, 테이블이 하나지만 식재료에 대해 경험하실 수 있도록 요리를 준비해 맛있는 한 끼를 제공해 드리고 있어요. 매장을 차린 이후로는 다양한 것을 시도하게 되던데요? 요리가 좋아서 공간을 만들었지만,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 거죠. 외부에서 쿠킹클래스를 열고 마켓에 참여하거나 케이터링을 나가기도 해요. 강사로서 강연하기도 해요. 이 모든 활동이 요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제가 하는 활동이 매장운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바쁘지만 힘들지 않게 일하고 있어요.워낙에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고 음식은 품질만 기본이 되면 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어요. 얼마나 버티는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즐기면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죠. 블루레시피는 혼자 일하기도 좁은 공간인데 음식을 하고 내놓고 치우는 과정이 모두 재밌어요. _책으로만 공부했던 세계관이 확장 Q. 요리를 공부하기 위해 르 꾸르동 블루를 수료하셨는데 그 과정이 궁금해요. 르 꾸르동 블루를 수료하기 전과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어요. 프렌치 음식은 서양 음식의 토대이기 때문에 프렌치 음식을 이해하면 식재료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르 꼬르동 블루는 프랑스에서 시작한 프랑스식 코스 요리와 전 세계의 음식을 배우는 요리학교입니다. 기본을 확인하기 위해 르 꾸루동 블루에 입학했어요. 그런데 수업을 들어보니 프렌치 음식은 굉장히 노동집약적인 요리더라고요. 작은 종지에 나오는 소스 하나를 만들기 위해 많은 재료를 쓰고 시간을 들이는 과정을 거치면서 요리를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죠. 그러나 그 시간을 버티고 수료를 하고 난 뒤에는 어슴푸레 알고 있던 원재료에 대한 이해가 정리가 되었어요. 소스의 차이, 고기의 차이 등 책으로만 공부했던 세계관이 확장된 거죠. 원재료를 해부해 보고 비교하면서 실생활에 적용할 수 없는 요리들마저 배웠죠. a=b 에서 a=b' 가 될 수도 있지라는 생각의 전환과 확장, 응용과 활용이 가능해지자 내가 표현해 볼 수 있는 요리의 범위가 넓어지는 걸 경험했어요. Q. 블루레시피가 하는 일이란? 블루레시피는 건강한 식재료를 제안하고 요리하는 곳이에요. 콩 요리, 당근 나페 같은 한식적인 메뉴도 만들어요. 또 제가 만드는 그래놀라는 굽는 데만 평균 4시간이 걸려요. 고온으로 30분 내외로 빠르게 구울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미묘한 수분이 남아 산패가 발생하거나, 성분을 태울 수도 있죠. 제품을 만들 때 효율보다는 품질을 높이는 걸 지향합니다. 지양하는 건 염분을 최소화하는 것이에요. 발사믹으로 짠맛을 유도하는 식으로 균형을 맞추죠. 아직 블루레시피가 가는 길은 어려워요. 진지한 팬들이 있지만, 많은 분에게 우리들의 방식을 알리기 위해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에 참여하고 있어요. < BLUERECIPE | 블루레시피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2길 10-4 1층 101호화-토 오전 11시 부터 오후 6시 까지(휴무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 < Instagram >@bluerecipe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