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이야기를 갖습니다. 브랜드도 저마다 색깔을 지닙니다. 매뉴팩트는 커피를 하는 사람, 공간을 만든 사람, 브랜드를 만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업을 이루기까지 걸어온 궤적을 살펴봅니다. 과거의 경험이 모여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들여다봅니다.나아가 일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들어 봅니다. 사람을 이해하면 브랜드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주세요. 매뉴팩트 11번째 인터뷰, 로머스커피 김민희 대표입니다. Vol.10Monthly Interview< ROAMERS COFFEE | 로머스커피 — 김민희 대표 > “손님들이 필요한 것을 캐치하고 해결해 드릴 때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에서 희열을 느꼈어요.” “손님이 줄면 보이지 않던 게 보이기 시작해요.” “나만의 데이터를 쌓고, 수집된 데이터에서 기준에 맞는 값을 꺼내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게 커피 하는 사람의 기본값이라는 걸요.” Q. 자기소개와 매장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경주에서 로머스 커피를 운영하는 김민희라고 합니다. 저는 로머스 커피를 운영하고 있고 부모님은 같은 건물에서 로머스 스테이라는 이름으로 숙박업을 하고 있어요. 저희는 카페와 숙박업 두 가지 사업을 하고 있죠. 저는 12살 때 부모님과 함께 서울에서 경주로 이사 왔어요. 부모님은 로머스의 시초인 이곳에 터를 잡으시고 숙박업을 시작하셨어요. 로머스는 불국사에 가까이 자리 잡고 있고 예나 지금이나 많은 관광객이 불국사에 방문하고 있어요. 20년 전만 해도 경주는 국내 최고의 수학여행지로 꼽혔고 많은 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와 숙식을 해결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어요. 먼 곳으로 여행 온 학생들에게 잠만 재워 보낼 수 없어서 부모님은 식당을 함께 운영했었죠. 그때는 학생 수도 많았고 학생들은 또 성장기일 때니 밥을 보통 많이 먹었겠어요? 당시에 얼마나 바빴는지 제 중고등학교 시절엔 학창 시절 추억보다 부모님 일손을 도왔던 기억이 더 많을 정도로 분주한 시절을 보냈죠. Q. 숙박시설은 그대로인 것 같은데 식당이 보이지 않아요, 식당 자리에 카페가 생긴 건가요? 세월호 참사가 모든 걸 바꿔 놓았어요. 참사 이후로 수학여행 문화가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수학여행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저희 집과 주변 상가는 위기를 맞이하게 된 거죠. 불국사 주변엔 저희 같은 숙박시설이 많아요. 주변 분들과 불황을 함께 겪었죠. 동고동락한 주변 사장님들 건물이 하나둘 경매에 넘어가기 시작했어요. 위기의식이 피부로 다가왔죠. 이대로 가면 우리도 가라앉고 만다, 일어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세월호 참사 이후에 수학여행 문화는 없어졌지만, 주춤하던 일반 관광객은 다시 늘어났어요. 일반 관광객이 업장에 방문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야 했어요. 여행하러 와서 잠시 쉬고 갈 만한 데가 턱없이 부족했고 쉴 곳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식당을 접고 카페를 열었어요. Q. 대표님께는 사업이 처음일텐데 두려움은 없었나요? 저는 부모님의 어려운 시기를 함께 거쳐왔기 때문에 사업이 주는 불확실성을 일찌감치 습득한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땐 부모님을 돕는 일이 워낙 힘들어 사업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주문처럼 외웠어요. 어린 나이 땐 사업의 어려움이 뭔지 어떻게 알겠어요? 놀러 다니고 싶고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니까 일 자체를 꺼렸겠죠. 부모님 사업이 기울고 성인이 되자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던데요? 내가 부모님을 도울 일이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우리 가족의 추억 중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이곳이 사라지면 안 되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 중에서 카페가 그중 하나였죠. Q. 여러 가지 일 중에서 커피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려서부터 부모님 일손을 돕기도 했지만, 식당 알바, 사무직으로도 근무한 경험이 있어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일들을 거치고 난 후 사무직은 빠르게 단념했고요, 서비스업은 나랑 맞는 구나 싶었죠. 손님들이 필요한 것을 캐치하고 해결해 드릴 때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에서 희열을 느꼈어요. 서비스업이 몸에 배어서일 수도 있고 천성적으로 누군가를 돕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는 성격 덕분일 수도 있겠어요. 아무튼, 서비스업을 해야겠다, 서비스업 중에 커피를 좋아하니 카페를 해야겠다고 마음에 품고 지냈죠. 아르바이트로 커피 일을 처음 시작했어요. 가게마다 커피 맛이 다르고 똑같은 원두여도 풀어내는 방법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죠. 내 손으로 만든 커피가 신기했고 그 커피를 고객이 드시는 것도 신기했어요. 커피가 맛있다라는 피드백은 이 일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보람이 되었죠.로머스를 열기 전에 혜화동 할머니 댁에 잠시 머물렀던 적이 있는데 그때 서울 커피 문화를 두루 경험했어요. 그때 매뉴팩트도 방문했었죠. 제가 방문했던 카페 중에 기억에 남는 카페를 꼽아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어요. 우선 커피가 맛있고 친절하고 다정했어요. 사랑방 같은 공간에서 커피를 내리는 사랑스러운 공간들이었죠. 커피 문화를 동경하는 마음이 처음으로 스며들었어요. 내가 카페를 한다면 이렇게 해야지 하는 마음을 간직했죠. 내가 하고 싶은 커피의 청사진을 오감으로 확인했고 경주로 내려왔어요. Q. 그리하여 로머스 커피가 시작 되었군요. 상권에도 새바람이 불었나요? 2019년에 리뉴얼을 거쳐 로머스라는 이름으로 로머스 스테이, 로머스 커피가 새 단장을 했어요. 제 예상대로 불국사에 여행 온 관광객들이 카페로 몰려왔어요. 바쁜 날들이 다시 시작되었죠. 그 후로 주변에 카페가 하나둘 늘어나면서 상권에도 새바람이 불기 시작해요. 그런데 2019년에 무슨 일이 일어나요? 그해 겨울, 코로나가 시작되었어요. Q. 위기의 연속이네요. 코로나 시기를 어떻게 극복했나요? 그리고 코로나 시기가 남긴 건 무엇일까요? 운명의 장난 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전에 없이 손님이 줄었어요. 손님이 줄면 보이지 않던 게 보이기 시작해요. 손님 귀한 건 몸에 밴 습관이지만, 많던 손님이 어느 날 끊기니 체감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허했어요. 손님이 끊겨보니 비로소 커피를 제대로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이곳은 관광지잖아요? 관광객에게 의존하는 습관을 버렸어요. 주변에 근무하시는 한수원 직원분들이나 주변 단골손님들을 한 번이라도 더 방문하도록 노력해야 했죠. 카페는 커피가 맛있어야 하니 커피를 깊게 들여다보기 시작한 거에요. 커피가 맛있으면 손님은 반드시 다시 온다, 당연한 말이지만 실현하는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처음엔 커피에 기준이 없어서 주변에 하는 말들에 이리저리 휩쓸렸어요. 커피 양이 적다, 커피 맛이 쓰다, 메뉴가 적다 등등 고객의 말들을 다 들어주니 내 커피가 사라졌어요. 아직도 문자메시지를 보관하는데 그 당시 매뉴팩트에 질문 폭탄을 했던 때가 기억나요. 커피를 맛있게 내리고 싶은 마음은 커피 하는 사람들의 기본값이잖아요? 매뉴팩트에서 많은 질문에 정성껏 답변을 전달해 주셔서 제 커피 기준을 조금씩 잡아갈 수 있었어요. 처음엔 매뉴팩트 레시피만 있으면 똑같은 맛을 표현할 수 있을 거라 믿었죠. 그 믿음이 깨지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기준을 유지하는데 알아야 할 다양한 변수와 그 변숫값에 따른 결과값의 데이터가 누적되는 것만이 기준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걸 오랜시간에 걸쳐 깨달았죠. 즉, 나만의 데이터를 쌓고 수집된 데이터에서 기준에 맞는 값을 꺼내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게 커피 하는 사람의 기본값이라는 걸요. 코로나가 끝나고 여행객이 다시 경주를 찾아요.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하지만 제가 커피를 대하는 태도는 전과 같지 않아요. 커피랑 더 가까워졌죠. Q. 로머스 커피가 추구하는 커피 색은 무얼까요? 그리고 로머스커피는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로머스는 부드러운 질감과 고소한 풍미를 가진 커피를 추구해요. 카페라떼 중심의 커피죠. 과거에 비해 단골이 많이 생겨나 그들의 요구를 반영해 크림이 들어간 메뉴도 선보이고 있어요. 커피에 기준이 생기니 파생된 메뉴도 자신 있게 선보일 수 있더라고요. 게다가 커피와 어울리는 샌드위치도 큰 호응을 얻고 있죠. 저는 로머스 커피를 7년째 운영하고 있어요. 코로나는 끝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관광객도 늘었고 더불어 카페도 북적이죠. 여전히 잘하고 있는 것보다 부족한 게 더 많이 보여요. 로머스는 관광지에 있는 카페에요. 여행의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경주에 온 가장 큰 이유는 쉬기 위해 왔다고 생각해요. 역설적으로 쉬러 왔지만, 여행은 힘들어요. 여행 중간에 잠시 쉬어 갈 공간으로 로머스가 활용되었으면 좋겠어요. 사랑방 같은 공간, 커피가 맛있는 공간, 다정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로머스가 사람들에게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 < ROAMER COFFEE | 로머스커피 >경북 경주시 불국신택지7길 11월, 수-일요일 오전 09시 부터 오후 7시 까지(휴무 매주 화요일) < Instagram >@roamerscoff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