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이야기를 갖습니다. 브랜드도 저마다 색깔을 지닙니다. 매뉴팩트는 커피를 하는 사람, 공간을 만든 사람, 브랜드를 만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업을 이루기까지 걸어온 궤적을 살펴봅니다. 과거의 경험이 모여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들여다봅니다.나아가 일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들어 봅니다. 사람을 이해하면 브랜드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주세요. 매뉴팩트 12번째 인터뷰, 초초베이스숍 조민진 대표입니다. Vol.12Monthly Interview< CHO CHO BAKE SHOP | 초초베이크숍 — 조민진 대표 > Q. 자기소개와 매장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초동에서 작은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조민진입니다. 초초베이크숍은 뉴욕 스타일의 수제 디저트와 매뉴팩트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뉴욕의 대표적인 디저트를 한국적으로 잘 해석했다는 칭찬과 디저트와 커피가 맛있는 곳으로 기억되길 바라며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초초베이크숍을 운영하기 전에 어떤 일을 하셨나요? 운이 좋게 많은 경험을 하고 살았어요. 대학 졸업 후 조흥은행에 들어갔는데 1년 만에 퇴사했죠. 반복되는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야 했는데 그땐 반복되는 일상이 싫어 퇴사했어요. 제겐 일종의 방랑벽 같은 기질이 있고 조직 문화에 길들지 않는 성격이 있다는 걸 회사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회사를 그만두고 대만으로 훌쩍 유학을 떠났죠. 중국에 가고싶었지만 1980년대만 해도 중국 유학은 쉽지 않은 길이어서 차선으로 대만을 선택했죠. 동시통역사가 되기 위해 싱가포르에서 대학원을 다니던 중 학업을 중단했어요. 어렸을 때는 어려움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해 맞서 싸우기보다는 주로 회피해왔던 것 같아요. 동시통역에 어려움을 느끼고 공부보다는 선교로 진로의 방향을 틀었어요. 선교사님과 함께 선교활동회를 1년 반 정도 했죠. 선교활동을 한 시기가 제게 남다른 의미로 남긴 했지만, 선교비로 타국에서 생활해야 하는 마음의 부담감과 날씨의 어려움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게 해주었어요. Q. 베이킹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3년 만에 한국에 돌아오니 30대 초반이 되었고 중소기업에 취업해 7년간 일했어요. 잘 버텼다고 생각했는데 방랑벽이 다시 도졌죠. 생계를 위해 하는 직장 생활 말고 그간 해보고 싶었던 일이 뭘까 고민하다가 제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릴 때부터 워낙 먹는 걸 좋아했거든요. 그중 빵과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해서 막연하게 나중에 크면 빵집 할 거라 부모님께 입버릇처럼 말했죠. 그 당시 시대 분위기는 블루칼라보다는 화이트칼라 직업을 선호하는 분위기여서 원하는 꿈을 마음껏 펼치지 못했던 세대를 살았죠. 제빵을 할 거면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뉴욕의 FCI 요리학교)에 도전했어요. 건축을 전공한 남동생이 미국에서 살아서 동생만 믿고 뉴욕으로 떠났죠. Semester 당 3만 8천불하는 학비를 내고 3번의 Semester를 다녔죠. 회사에서 모은 돈을 모두 쏟아부었어요. Q. 베이킹이 적성에 잘 맞았나요? 수업을 들으면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는데 그게 너무 재밌는 거예요. 저는 사람의 생김새와 행동을 잘 기억해서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았어요. 서비스 팁도 많이 받았고 팁 통에 돈이 쌓이니 직원들 사이가 절로 좋아졌죠. 일이 너무 재밌었고 처음으로 적성을 발견했어요. 나는 몸을 쓰면서 일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싶었죠. 요리학교에 입학 후 pastry arts를 전공해 쉐프가 되었어요. 미국에서는 요리사나 파티시에나 모두 쉐프라는 칭호를 써요. Nobu라는 미쉐린 투스타 레스토랑에 인턴십으로 입사해서 최고의 쉐프들이 일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어요. 현장은 어려웠지만 행복했어요. Nobu, Kotofu 등 뉴욕에서 5년간 일하면서 40에 가까운 나이와 언어가 안 되는 핸디캡이 있었음에도 일이 계속 주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나름의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 간절함이 보는 이로 하여금 기회를 주고 싶게끔 만든 것 같아요. 미국은 힘든 곳이지만 기회의 땅인 건 분명해요. Q. 초초베이크숍은 뉴욕스타일의 베이크 숍인데요, 뉴욕스타일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또 뉴욕스타일과 비견되는 숍의 형태와 그것의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요? 뉴욕 스타일 디저트의 특징은 진하고 꾸덕꾸덕한 맛, 세련된 비주얼, 다양한 레시피의 혼합 등을 들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뉴요커들이 좋아하는 청키한 초코쿠키는 겉은 바삭한데 속은 브라우니처럼 촉촉하고 꾸덕꾸덕하죠.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혼재에서 파생된 퓨전 레시피가 쉽게 받아들여지는 게 뉴욕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프랑스 스타일은 모든 디저트 테크닉의 기본인 전통적인 스타일이고 동경 스타일은 절제와 섬세를 바탕으로 하죠. 가령, 뉴욕 스타일은 소금과 설탕을 확 느끼게 해준다면 동경 스타일은 드러내지 않고 은은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맛을 숨기는 스타일이에요. 일본 몽슈슈의 롤 슈크림 케익은 정제된 단맛과 맛의 밸런스가 좋아 전 연령이 좋아하는 디저트에요. 뉴욕을 대표하는 디저트는 점보쿠키, 애플파이, 레드벨벳케이크 그리고 뉴욕치즈케이크 등이 있어요. 그밖에 다양한 시도가 뉴욕에서는 흔히 이뤄지죠. 그만큼 문화를 받아들이는 수용력이 크고 깊어요. 초초베이크숍에서도 뉴욕 스타일의 애플파이를 선보이고 있어요. 애플파이는 수플레를 혼합하여 무쇠팬에 부풀어 오른 반죽과 애플 컴포트,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여 오븐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즐기는 디저트죠. Q. 초초베이크숍의 전신은 애니초초였어요. 동업자의 애칭인 애니와 초콜렛을 좋아하는 대표님의 초초를 합성해 만든 애틋한 이름이에요. 동업자와 일할 때 함께 멀리가기 위해 필요한 가치관 또는 기준 같은 게 있을까요? 뉴욕에서 5년째 생활하던 중, 부모님의 건강상 이유로 뉴욕에서의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때마침 한국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왔고 도곡동 Cafe Tolix 라는 복합문화공간을 총괄하는일을 하게 되었죠. 그러나 1년간 직원을 관리하고 면접을 보는 등 대부분의 시간을 관리 업무에 집중하다 보니 쉐프에 대한 갈증이 깊어졌어요. 쉐프로 다시 돌아가고자 전 직장 동료와 함께 차린 카페가 애니초초였어요. 5년간 동업을 하다가 각자의 길을 선택했는데, 그때 배운 건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동업의 관계라면 확실한 역할의 분담과 책임 의식, 존중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돌아보면 제가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동업에 실패한 게 아닌가 생각해요. 동업자와 헤어진 후 아주 다양한 직원들과 일해본 후 동업자의 고마움을 그때야 깨달았죠. Q. 직장인으로서의 경력이 지금 하시는 일에 어떤 도움 또는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해요. 모든 직업의 경험은 제가 지금까지 일할 수 있게 한 자양분이에요. 예를 들면, 7년의 교육 기획 경험은 하루, 일주일, 한 달 플랜을 세워 계획, 실행, 결과의 프로세스를 크고 작은 일들에 적용할 수 있게 해주었어요. 빵은 순서에 의해 진행되니 발효되는 시차에 따라 빈 시간에 할 수 있는 일들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그밖에 문서 작업들, 정리하는 법, 공부하는 요령도 점차 늘어나게 되더군요. Q. 10년 이상을 한 자리에서 빵을 구워오고 계셔요. 베이킹은 대표님께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내겐 자식과도 같고 나의 삶을 지켜주는 도구이자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귀한 선물이에요. 저희는 손님 나이가 다양한 편인데 가끔 초등학교때부터 애플파이를 먹던 아이가 대학생이 되어서도 가게에 놀러와요. 가게가 아니라면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쉽게 주어지겠나 싶죠. 베이킹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고 숍은 반복되는 일상을 유지해 주고 있어요. 빵을 굽고 손님을 맞고 매장을 꾸려가면서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어요. 전에 없던 일상이 주는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죠. Q. 향후 5년뒤 초초베이크숍의 모습은 어떨까요? 초초베이크숍을 통해 대표님이 그려내고 싶은 그림이 있다면요?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고 있지 않을까요? 나이를 먹고 보니 알게 되는 것들이 있어요. 젊었을 때는 몸도 건강하고 체력도 좋아 일을 계속하면 이 분야에 장인이 될 줄 알았어요.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없죠. 체력과 육체적 기능이 떨어지면 사랑하는 이 일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해요. 5년 뒤에도 초초베이크숍을 운영하면 너무 좋겠지만 그렇지 않게 된다면 나는 다음 스텝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까? 이곳에서 아름다운 공간의 마무리를 한다면 다른 공간에서 새롭게 베이킹을 하는 나를 상상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베이킹을 놓지 않는 자기 모습이죠. 지금까지 해왔던 매장을 운영하는 모습은 접고 내 역할을 연속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에서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모습 말이에요. 예약 주문만 받는 형식을 취한다던가, 클래스를 연다든가 하는 형태 말이에요. 베이킹을 배우고 싶어 하는 분들을 위해 남은 시간을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 CHO CHO BAKE SHOP | 초초베이크숍 >서울 서초구 효령로49길 19 1층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1시 부터 오후 6시 까지(휴무 매주 일요일) < Instagram >@chochobakeshop